이제는 섬이다_5. 여수 대횡간도 놀이청 바위

‘이제는 섬이다’ 정태균의 섬 타임즈

채복아(採鰒兒) : 전복 따는 아이-김윤식(金允植)

횡간도에서 전복을 따는 아이는 누런 눈동자 붉은 머리 생김새가 특이하다.
자맥질을 하면 두 발이 거꾸로 서 있고 바다에 잠기면 물거품이 생겨나네.
잠깐 사이 다시 물 위로 나왔다가 복호 장소(伏瓠長嘯) 후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네.
아이가 해를 피해 뽕나무 아래에서 졸고 있다가 할머니가 때려서 깨움에 성질내네.
이웃집 계집애는 나이 열세 살에 항상 바닷가에서 놀아 능히 깊이 들어가네.
홀로 노는 것이 남자아이와 같고 오랫동안 뽕나무 아래에서 낮잠 자다 꿈 속에
어느 때나 집안을 넉넉하게 일으킬 것이며 어느 때 성인이 되어 명예를 얻을것인가?
가련하다 누가 그 자식을 사랑하지 않으리오마는 목숨을 걸고 이것을 가르치는구나.
이것을 얻어 살아간다고 자랑하고 이것으로서 앞일을 계획하는구나.
뭇 부모들의 잃어버린 그 사랑을 문자를 가르쳐 벼슬길에 나가기를 권하노라.

순천부사를 지낸 김윤식이 대횡간도를 둘러보고 남긴 시문이다.

조선시대 여수를 상세히 기록한 허섬의『호좌수영지』에 대횡간도는 전복을 잡아 바치는 잠수군들이 살던 곳으로 나온다.

전라좌수영에 육류를 공급하던 푸줏간(肉庫)은 각종 어물을 노동력을 고르게 나눈(均役) 뒤 별도로 보군창(補軍倉)을 만들어 이용하되 산 어물은 시장 가격에 따라 사서 쓰고(貿用) … 전복은 소속된 횡간도 잠수군처에서 벼 1석에 100개와 바꾸어 쓴다.

여수시 남면 대횡간도 동북쪽 해안에는 50여평 정도 넓은 놀이청 바위가 있다. 이곳에는 아직도 선명하게 “節度使柳星彩 軍官折衝兼󰋫鐸․安海宇 順天府使朴斗世 防踏僉使李以峻 戊寅五月󰋫日 (전라좌도 수군절도사 유성채, 군관과 절충장군을 겸한 󰋫탁․안해우, 순천 부사 박두세, 방답 첨사 이이준 무인년 오월󰋫일)”이라고 새겨진 바윗글이 있다.

절도사와 순천 부사, 방답 첨사 등 군사적으로 전라좌수영에 소속된 관직과 이름으로 보아 방답진이 설치된 이후 이들이 함께 모인 것을 기념하기 위해 새긴 것으로 보인다. 유성채(柳星彩)의 재임 기간이 1695년 8월부터 1697년 5월까지였기 때문에 바위에 새겨진 ‘무인년’은 숙종 24년 무인년(1696년)에 해당한다. 지방관들이 무예를 연마하기 위해 대횡간도에서 건너편 돌산읍 금성리에 있는 해식동을 과녁삼아 활을 쏘았던 곳이라고 전해지는 이 파식대는 관리들의 놀이터 역할도 겸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 바위를 ‘놀이청’ 또는 ‘청노리’이라고 부르며, 바위 부근 해식동에 이무기가 살았다는 전설도 더해 전해진다.

*여수 대횡간도는 2023년 전남 가고 싶은 섬 사업에 선정되어 ‘뿌리 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을 핵심 주제로 섬을 가꾸고 있습니다. 돌산 군내항에서 하루 4회 송도-월호도-화태도-나발도-대두라도를 경유하는 여객선(차도선)이 순환하고 있습니다.

정태균 전라남도 섬 가꾸기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