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섬이다_6. 멀리 있어 더 오래, 여수 소리도등대
‘이제는 섬이다’ 정태균의 섬 타임즈
섬 주민들의 경험지식을 기어이 이어받아 현재에 전하고자 이 섬 저 섬 다니며 담아내고 있습니다. 현재는 ‘어쩌다 공무원’이 되어 ‘섬’ 이라는 이유로 섬 주민도 방문객도 불편이 당연시 되는 일이 없도록 섬을 가꾸고 있습니다. 섬진강물이 흘러 들어가는 전남동부지역의 섬 살이를 찐하게 싱싱하게 전하겠습니다.
언제부턴가 등대로 가는 버릇이 생겼다
왜 그럴까 등대는 혼자살기 때문이다
"등대로 가는 길은 어느 길이죠?"
덕포마을 돌담집에서 물어보면
"전신주 따라가시오 전신주도 그리가오"
논두렁 지나 솔밭을 넘어
검은 동백숲길을 뚫고 가면
하얀 집, 그 집이 내 집 같은데 아무도 없다
솔밭에서 날아온 새 한 마리 그밖엔 아무도 없다. -이생진
국립공원 명품마을 덕포마을에서 시작하는 소리도등대길은 연도 여행의 백미다. 전봇대를 나침반 삼아 동백나무 우거진 숲길과 해안 절경을 두리번거리다 어느새 등대입구에 선다. 100년 넘게 남해안을 오가는 배들을 향해 불빛을 밝히고 있는 소리도등대에 멈춰서면 솔개 등에 올라 대양을 날아가는 듯하다. 밤에는 어두운 밤바다의 길을 열어주지만, 낮에는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소리도등대에서 멀리 연도의 아픔을 간직한 섬이 보인다. 여수 최동단에 위치한 까치섬 작도. 1995년 씨프린스호의 상흔이 새겨진 곳이다. 그러나 바다는 살아났다. 사람들이 눈물로 닦아낸 기름띠도 사라졌다. 물길을 따라 선박과 그물이 생동감을 자아내고 그렇게 쪽빛 바다는 회복되었다. 등대에서 바도 앞 바다로 길게 뻗어있는 소룡단까지 산책로가 있어 수평선을 향해 걸어가 보는 맛이 이색적이다. 가는 길 사이로 파도가 만들어 낸 절벽의 향연이 눈을 즐겁게 한다.
여수시 남면의 맨 끝자락에 자리한 연도는 하늘을 나는 솔개를 닮아 소리도, 솔개 연(鳶)자를 써서 연도라 했단다. 1995년 여름, 잿빛 기름이 뒤덮었던 씨프린호 기름유출의 바다는 어느새 다양한 생물들이 공존하는 섬으로 복원되었다. 솔팽이굴, 코굴, 코끼리바위 등 파도가 만들어 낸 해식애와 파식대에는 낚싯객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난대림과 어우러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은 사람 사는 섬과 숲의 조화로움에 경이로움을 더한다.
유배지에서 탈출한 이가 뗏목을 타고 망망대해를 떠다니다 잡목이 우거진 병포만 사이로 바가지를 띄워 물길을 찾은 끝에 지금의 연도마을에 정착했다고 전해진다. 도심을 벗어나 수평선이 보이는 섬마을에서의 호젓한 휴식을 위한 적지다. 방문객을 위한 볼거리와 편의시설은 부족하지만 잠시 시름을 잊고 생활의 활력을 얻는 파워 스팟으로 충분하다. 해녀의 물질로 길어 올린 전복, 소라 등 각종 해산물은 가성비 최고의 식도락 여행을 선사한다. 고향에 잠시 머물다 가듯 맛깔스러운 음식과 색다른 휴식이 기다리고 있다.
여수항에서 금오도와 안도를 경유하여 2시간여 배를 타고 닿는 연도 역포항에 도착한다. 마을버스를 타고 구부적한 산길을 지나 당포로 내려가는 고개를 넘어서면 필봉산 자락에서 흘러내린 범상치 않은 터에 자리한 연도마을에 다다른다. 초록의 방풍과 푸르는 지붕과 생동감 넘치는 바다가 사철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바닷일로 연명하기 어려운 생업의 터전에서 다시 돌아오는 섬을 만들기 위해 고향을 지키는 이들의 절실함이 역력하다. 떠난 이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가고 싶은 섬을 향해 오늘도 터전을 일구고 있다.
- 여수 연도 현황
여수시 남면 연도리(역포, 연도마을)
인구 : 명 (126세대. 남 109명, 여 90명)
면적 : ㎢, 해안선 ㎞
교통편 :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 일 2회 왕복 차도선 2시간 10분 소요
*경유지 : 여수-여천(금오도)-대유(금오도)-우학(금오도)-안도-서고지(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