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티커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스페셜티커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 들어가며.
커피를 처음 마셨던 것은 20살이 되던 2007년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식사 후 즐겨 마시고 ‘카라멜 마끼아토’라는 이름이 유행하던 시기였죠. 저의 첫 카라멜 마끼아토는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달콤하고 진득하며 입에 오랫동안 남는 커피향이 정말 매력적이었죠. 그래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카라멜마끼아토를 맘대로 먹을 수 있겠구나” 그게 제 커피인생의 시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짜장면집 아들은 짜장면을 잘 안먹는다지요? 저는 어느덧 카라멜마끼아토는 질려버리고 순수히 물과 커피만 있는 아메리카노가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똑같은 커피로 내리는데 어느 날은 쓰고, 어느 날은 쓰지 않고, 어느 날은 달큼한 향이 입에 남았죠. 커피는 그래서 어렵다는 상사의 말에 반박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지만 그때는 한낱 아르바이트였기에 그러려니 넘겼습니다. 이게 아직까지 제 고민이 될지는 모르고요.
대학원 석사과정을 밟던 때 어느덧 커피는 저만의 힐링타임이자 취미가 되었습니다. 다양한 산지에서 생산된 커피원두를 골라보고 직접 핸드 그라인더로 갈며 드립을 내리곤 했죠. 그리고 그것을 선후배에게 나눠주며 아는척하는 제 모습이 제법 멋져 보였습니다.
그 시절 졸업논문을 쓰기 위해 다양한 국내외 논문을 조사하고 읽어보던 중 커피논문은 얼마나 많을까 궁금해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그땐 제법 놀랐죠.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요. 비교적 늦게 시작된 커피연구는 21세기에 들어 점차 활발해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왜 그런 가 싶어 커피의 역사에 대해 서술한 책을 읽어보니 이상하게 커피는 기원전부터 음용한 역사가 있다고 했는데 말이죠. 그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내가 공부하는 물고기보다 커피공부가 더 재미있다고. 그렇게 저의 진로는 2014년 커피로 정해졌습니다.
커피를 어디서 누군가에게 제대로 배워 본적 없는 제가 어떻게 지금까지 커피브랜드를 운영할 수 있었을까요? 커피는 왜 어디는 맛있고 어디는 맛없을까요? 커피의 세상은 얼마나 거대할까요? 스페셜티커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에서 만나보세요.
“대학에서 어류학 전공으로 수산과학석사를 졸업 후, 박사과정으로부터 도망쳐 이젠 커피를 내립니다.”
수려한 아름다움이 있는 여순광에서 많은 분들께 커피의 다양성과 가치를 전달하려 ‘가치커피’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한지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