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티커피란 뭘까요?☕

스페셜티커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2022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는 10만개의 커피전문점이 있고, 27만명의 커피 전문점 종사자가 있다고 합니다. 한 골목을 지날 때 마다 눈에 보이는 카페, 우리나라는 인구 수 대비 카페 개수가 굉장히 높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인구 수가 우리의 4배에 달하는 미국은 어떨까요? 2023년 통계에 따르면 4만개의 카페가 있다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엔 카페가 얼마나 많은 것인지 쉽게 이해가 갑니다.

최근 수많은 카페에서는 “스페셜티커피” 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곤 합니다. 스페셜티 라는 단어와 커피가 합쳐진 이 단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스페셜한 무언가 좋은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죠. 어느 매장은 이 스페셜티커피를 선택해 커피를 주문한다면 추가금액을 받기도 하고, 어느 매장은 입이 벌어질 만큼 비싼 가격에 판매하기도 합니다. 도대체 이 스페셜티커피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스페셜티커피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는 스페셜티커피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시작점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최초로 스페셜티 커피라는 개념을 언급했다고 하는 에르나 크누첸 (Erna Knutsen, 1978) 은 '지역적 미시 기후 덕에 특유의 향미가 있는(“special geographic microclimates produce beans with unique flavor profiles”)' 커피를 스페셜티라 언급했습니다. 이 시절엔 인스턴트 커피가 미국 시장에서 주를 이루고, 현재와 같은 카페의 모습은 없었을 시기이죠. 인스턴트 커피를 주로 섭취하는 시장에서는 저품질과 고품질의 구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시장상황에서 생두 수입업무를 하고 있던 에르나는 인도네시아 커피에 대한 경험을 티&커피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저렇게 언급하였죠. 이후 단순한 커피가 아닌 지역색을 가진 독특한 향미를 가진 고품질 커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그러한 커피들을 사람들은 점차 스페셜티커피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커피를 생산하는 사람도 로스팅하는 사람도 추출하는 사람도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스페셜티커피라고 불러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에 각지에 있던 커피협회들은 각각 자신들의 의견을 모아 스페셜티 커피를 아래와 같이 정의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큰 시장이었던 유럽의 스페셜티커피협회(SCAE)는 해당 시기 특정 시장에서 소비자가 판단하건데 높은 품질을 인정받는 커피 기반 음료로서 특정 지역에서 재배되었으며 생두와 로스팅, 보관, 추출에서 최고의 기준을 만족하여 일반 커피와는 대비되고 또한 보다 우월한 고유의 품질, 뚜렷한 맛을 지닌 것' (“Speciality coffee is defined as a crafted quality coffee-based beverage, which is judged by the consumer (in a limited marketplace at a given time) to have a unique quality, a distinct taste and personality different from, and superior to, the common coffee beverages offered. The beverage is based on beans that have been grown in an accurately defined area, and which meet the highest standards for green coffee and for its roasting, storage and brewing.”) 이라고 정의하였고, 미국의 스페셜티 커피 협회는  '주된 결점두가 없고 덜 익은 것(퀘이커)이 없으며 크기가 알맞고 제대로 건조되었으며 특유의 속성이 나타나면서 향미 결점들(fault, taint)이 없는 것' ( “SCAA defines specialty coffee in its green stage as coffee that is free of primary defects, has no quakers, is properly sized and dried, presents in the cup free of faults and taints and has distinctive attributes”) 이라고 정의했죠.

하지만 위에 언급된 정의도 무언가 모호합니다. 이후 스페셜티커피협회는 커피의 맛을 평가하는 스코어시트(Cupping Form)를 기준으로 커피 맛을 평가하는 전문 커퍼(Cupper)가 평가한 점수가 80점 이상인 커피를 스페셜티커피라고 부르자 약속합니다. 이러한 점수 평가 체계가 생기고 난 후 사람들은 커피를 전문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고 이러한 사람들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커피감별사(Q-Grader) 라이선스를 발급하는 CQI(Coffee Quality Institute)가 대표적이죠. 다양한 평가 기준으로 전문적으로 커피를 평가하는 세상이 도래하니 스페셜티 커피의 기준은 이제 명확해 보입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법. 스페셜티커피라는 것이 좋다는 것을 이용해 다양한 마케팅 활용 방안이 탄생합니다. 저가커피를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이지만 커핑스코어 80점에 걸친 저렴한 커피를 블랜드 해 우리는 스페셜티커피를 사용하다고 마케팅에 사용하기 시작했죠. 커피시장이 이런식으로 스페셜티커피 단어 사용에 대해 점철되자 스페셜티커피라는 단어에 대한 기대는 점차 얕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페셜티커피는 도대체 뭔가요?

글쎄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명확하게 무엇이라고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분명 어떤 커피를 말하는지는 알지만, 미국, 유럽, 아시아 등에서 스페셜티커피라는 것에 대한 기준과 정의가 확실히 잡혀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커피를 업으로 삼고 있는 저 같은 사람들의 영원한 숙제일테죠. 스페셜티 커피를 선택하는데 어렵다면 힌트를 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판단하는 스페셜티는 생산자의 정보가 명확하고 고유의 향미가 분명히 나타나며 전문적으로 훈련된 커퍼가 커핑을 했을 때 80점 이상인 커피. 위 세가지 요소가 함께 공존해야 합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방문하는 카페에서 커피에 대한 정보를 명확히 고지하거나 설명하고 있는지, 마셨을 때 그 커피만의 향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지겠죠? 대부분 이런곳은 로스팅을 직접 하는 로스터리카페일겁니다.

내가 사는 동네에 로스팅을 직접 하는 곳이 있는지 찾아보세요. 방문해서 커피를 한번 드셔보세요. 어떤 커피를 마셔야할지 모르겠나요? 커피를 진정 사랑하는 커피집 주인장은 그런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커피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싶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