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사람을 향한 오마주 2

정태균 섬 가꾸기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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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섬이다’ 정태균의 섬 타임즈

💡
‘섬이 학교, 섬 사람은 선생님’
섬 주민들의 경험지식을 기어이 이어받아 현재에 전하고자 이 섬 저 섬 다니며 담아내고 있습니다. 현재는 ‘어쩌다 공무원’이 되어 ‘섬’ 이라는 이유로 섬 주민도 방문객도 불편이 당연시 되는 일이 없도록 섬을 가꾸고 있습니다. 섬진강물이 흘러 들어가는 전남동부지역의 섬 살이를 찐하게 싱싱하게 전하겠습니다.

섬사람을 향한 오마주(Hommage)-여수 손죽도 두 번째

이 아래 갱번에 꿀 까는 처녀야, 언제나 다 깨고 내 사랑이 될래

일기가 좋아서 산 구경 갔더니, 무지한 놈 만나서 돌베개를 비었네!

끼니도 굶고서 물애질하여, 못된 낭군 술값으로 다 들어간다

시어머니 죽었다고 춤을 다 췄더니, 보리방아 물 고르니 생각이 난다

시아버지 죽었다고 춤을 다 췄더니, 갱번에 다닐 적에 짚신 생각난다

시아재 죽었다고 춤을 다 췄더니, 청솔깽이 땔 적에 생각이 난다

시누이 죽었다고 춤을 다 췄더니, 깅통에 손 널 적에 생각이 난다

-손죽도 화전놀이 노래 ‘사난이 타령’ 중, 손죽향토지

손죽도-업체제공사진

# 손죽도는 한(恨)과 흥(興)이 어우러진 축제의 곳간이다

삼월 삼짇날쯤이면, 섬이 들썩였단다. 산등성이 지지미재에서 꽃전을 부쳐 먹으며 춤과 노래를 부르며 축제를 벌였단다. 과거 화전놀이를 경험했던 주민 중에는 산등성이 화전에서 일주일 이상 밤낮을 쉬지 않고 화전놀이를 했다는 경험담을 자랑한다.

주로 부녀자들이 마을 뒷산 지지미고개에서 화전을 만들어 먹으면서 춤도 추고 잔치도 벌였다. 쇠판에 기름을 두르고 반죽한 찹쌀가루 위에 진달래 꽃잎을 올려 화전을 만들어 먹으면서 봄을 맞는다. 남자들은 풍물로 춤곡을 벌였다. 남녀가 서로 다른 장소에서 끼리끼리 먹고 마시면서 즐기다가 남자들은 해가 질 무렵이면 매구를 울리면서 마을로 내려와 대갓집 넓은 마당에서 밤이 새도록 뒤풀이했다. 지금도 손죽도는 전통문화 축제인 화전놀이의 계승으로 사람들은 미래의 고향으로 불러 모은다.

# 손죽도에서 시작되어 여수가 들썩거렸다

일제 강점기에는 섬을 근거지로 하는 대규모 선단이 형성되어 50여 척의 중선 배라 불리던 안강망 어선과 360여 가구에 이르는 사람들이 부를 누리고 살았다. 중선(中船)이 가장 많았던 때는 해방 직전으로 1920년대부터 도입된 신식 어구가 1940년대에는 절정을 이뤄 70여 척에 달했다고 전해진다. 손죽도 삶의 모습이 잘 담긴 마을역사책 「손죽향토지」에도 55척이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50~60년대에도 섬에는 보릿고개가 없었으며 육지에서 배를 타려고 섬에 왔다고 한다. 당시는 선원들의 대우도 좋아서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300여 가구에 500여 세대가 살았으며 주택 1가구에 2~3세대가 거주했다고 한다.

훗날 여수가 우리나라 수산업의 중요한 어장과 항구로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던 배경에는 손죽도를 비롯한 주변 어장의 활황과 선도자들의 경험과 자본이 축적되어 이루어진 결과라고 회자된다.

풍선을 타고 서해의 위도와 연평도까지 진출하여 뱃길을 열고 어장을 개척했던 바닷사람들의 섬이다. 화전놀이도 활발했지만, 중선배 어업과 관련된 ‘오색 풍어기 달기’와 ‘길굿 놀이’ 같은 대표적인 행사도 행해졌다.

# 손죽도, 그렇게 섬은 특별한 장소가 되어간다

마을 경관과 어울리는 조화로운 건축물과 경관, 폐교가 되어버린 학교가 재탄생되어 마을 안으로 스며들었으면 하는 주민들의 마음이 간절한 섬이다. 오랜 역사와 문화를 품은 마을에 잘 융화되는 새로운 시설물과 경관이 만들어져 일상으로 스며들 듯 방문객이 오기를 바라고 있다.

그동안 어머니의 품처럼 모든 걸 품어주었고 또한 모든 걸 내어주며 기꺼이 우리에게 쉴 수 있는 의자 같은 장소가 곳곳에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섬이다.

단정한 용모와 지혜로운 말씀에서도 품격이 묻어나는 삶의 어른들은 수려한 자연경관 속에서 요가와 산책으로 몸과 마음을 가꾸는 시대의 경향을 주도하는 사람들이다.

가고 싶은 섬에서 머물고 싶은 섬 그리고 살고 싶은 섬이 미래다. 힘들어도 아파도 포기하고 싶어도 끝에 도가 들어가 힘든 사람들이 너도나도 주저앉지 않고 설 수 있는 섬이다.

섬에 태어나 끝내 고향으로 오시지 못한 돌아가신 분들도 가고 싶은 섬으로 가꾸어지길 바란다. 더불어 삶터와 일터, 놀이터가 결합한 이상향을 그리는 당신들의 ‘파워스팟(Power Spot)’, ‘슈필라움(Spielraum, 주체적 공간)’이라고 부르고 싶은 어른들의 놀이터로 만들어질 머지않은 날, 주민들과 함께 방문객을 맞이할 섬으로 기대해 본다.

✅손죽도 현황

여수시 삼산면 손죽리(손죽도, 소거문도, 평도, 광도)

인구 : 199명 (126세대. 남 109명, 여 90명)

면적 : 2.82㎢, 해안선 14.94㎞

교통편 :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 일 1회 (7시 50분) 1시간 30분 소요

*경유지 : 여수-외나로도-손죽도-초도-거문도


정태균 전라남도 섬 가꾸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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