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걷기 진짜 효과가 있을까?
양대석의 행복하게 사는 건강 이야기
맨발걷기 진짜 효과가 있을까?
외래에서 진료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맨발걷기 하다가 발이 아파서 내원하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맨발 걷기가 유행인가 보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지자체까지 나서 황톳길 등 맨발걷기 전용 길을 조성하고 있다. 맨발 걷기는 혈압과 심장에 좋고, 체중 감소와 당뇨에 효과가 있으며, 염증과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수면의 질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그로 인한 것인지 포털이나 유튜브에 맨발걷기를 검색하기만 해도 관절염, 여드름, 불면증, 우울증, 두통, 고혈압, 당뇨병 등 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는 질환부터 말기 암, 뇌졸중, 뇌종양 등 중증질환까지 극복했다는 후기들이 줄줄이 뒤따르면서 맨발걷기가 만병통치약처럼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정말 이 정도로 건강 효과가 좋은 걸까?
맨발걷기로 알려진 건강 효과는 크게 혈액순환 촉진, 심리적 안정, 고유감각 향상, 발 근육 강화, 접지 효과로 볼 수 있겠다.
맨발로 걸으면 신발을 걷고 걸을 때보다 더 혈액 순환이 잘 된다고 알려져 있다. 맨발 걷기를 선호하는 분들은 혈액 순환이 활성화돼 대사 활동이 왕성해지면서 살도 더 잘 빠지고 잠도 더 잘 오는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보통 흙을 밟는 맨발 걷기는 숲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심리적 안정 효과도 크다. 또한 발로 직접 예상할 수 없는 지형을 밟다 보면 고유감각이 향상된다. 고유감각은 자신의 자세, 평형, 운동 방향, 신체 위치 등에 대한 감각이다. 가장 명확한 맨발 걷기의 효능은 발 근육 강화다. 발 주변 근육 운동량이 신발을 신었을 때보다 커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맨발 걷기의, 염증 완화 등 엄청난 건강 효과의 근원적 이유로 '접지(接地)' 효과를 꼽는다. 활성산소가 염증, 암 등을 유발하는 각종 질환의 원흉인데, 양전하를 띠는 활성산소를 음전하가 풍부한 지표면에 직접 맞닿게 맨발로 걸으면 중화돼 활성산소가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지구와 몸을 연결한다는 의미로 '어싱(Earthing)'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이 이론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건강 효과에도 맨발걷기를 권장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우선 맨발걷기로 얻을 수 있는 대부분의 장점은 신발 걷기로도 얻을 수 있다. 또한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으면 지면에 닿는 위치와 하체 근육의 움직임이 달라진다. 신발을 신으면 뒤꿈치가 먼저 닿지만 맨발로 걸으면 발의 중간이나 앞쪽이 닿는다. 맨발로 걸으면 무릎이 덜 펴지고, 보폭은 줄어들며 걸음 빈도는 늘어난다. 맨발 걷기는 발바닥에 과도한 부하가 걸리고 바닥 굴곡근 사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족저근막염을 유발할 수 있다.
건강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반면, 맨발 걷기로 생길 수 있는 위험은 너무 크다. 맨발걷기를 하다가 자칫 발바닥에 상처라도 난다면 평소에 접하지 못해 치명적인 균들이 많은데, 상처로 감염되면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또한 중증도 이상 무지외반증이 있는 사람도 맨발 걷기를 피해야 한다. 무지외반증이 심하면 엄지발가락이 몸을 지탱하기 어려워져 발 양 끝에 힘을 주게 되는데 자세 이상으로 척추에 무리가 갈 수 있다.
특히 가을, 겨울처럼 날씨가 추워질때는 실외에서 맨발 걷기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동상을 입을 수도 있고, 찬 기온으로 혈액 순환이 둔해져 감각이 떨어지면서 외상을 입었는데도 못 느끼고 계속 맨발 걷기를 이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맨발 걷기를 하고 싶다면 돌산 등 뾰족하고 거친 면은 피하고 흙으로 잘 조성될 길만 골라 걸어야 하며, 맨발 걷기가 끝나면 발에 상처가 생기지 않았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