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 : 커피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발명품(2)
스페셜티커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 산업혁명과 커피 문화의 변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이탈리아는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었습니다. 공장들이 도시 곳곳에 들어서며 생산성 향상이 화두가 되었고, 오랜 역사를 지닌 이탈리아의 커피 문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었죠. 기존의 커피 제조 방식은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한 잔을 만드는 데 5분 이상이 소요되었고, 마시는 시간까지 더해지면 노동자들의 휴식 시간은 더욱 길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은 짧은 휴식 시간 동안 빠르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해졌고, 이는 곧 혁신의 시대를 맞아 기술적 해결책을 찾게 되었습니다. 시대적 요구와 기술의 발전이 맞물려, 1901년 밀라노의 사업가 루이지 베제라에 의해 최초의 상업용 에스프레소 머신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때는 몰랐습니다. 이는 단순한 발명을 넘어 이탈리아의 카페 문화와 전 세계의 커피 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오리라고는.
2. 크레마의 발견
크레마(Crema)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면 위에 뜨는 갈색의 거품 층을 말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좋은 커피에 크레마가 많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크레마가 없어야 제대로 된 커피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크레마는 왜 생기고, 도대체 무엇일까요?
크레마는 고온·고압으로 추출된 에스프레소의 상단부에 위치한 거품층입니다. 지방과 공기가 엉겨져 있는 상태로, 시간이 흐르면 대기 중으로 날아가 점차 사라집니다. 초창기에는 크레마가 커피에서 나오는 찌꺼기라고 오해되기도 했지만, 후에 가찌아(Gaggia)라는 에스프레소 머신 회사가 이를 고품질 커피의 상징으로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크레마는 신선한 커피의 산물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3. 크레마의 품질 논쟁
크레마는 커피의 신선함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두꺼운 크레마가 좋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크레마만 따로 먹으면 지방이 많아 느끼하고 쓴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는 크레마를 제거한 커피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는 크레마가 커피 본연의 향미를 방해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크레마가 커피의 향을 보호하여 품질을 유지시킨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결국 크레마의 존재와 그 두께는 커피의 스타일과 취향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4. 에스프레소 머신의 고농도 커피와 개인화
에스프레소 머신의 발명 전에는 커다란 상업용 커피 추출기구로 커피를 진하게 내려 조금씩 덜어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에스프레소 머신 덕분에 커피 한 잔을 만드는 데 1분도 채 걸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고온·고압으로 추출된 에스프레소는 높은 농도를 가졌고, 주문 즉시 만들어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에스프레소는 우유를 섞어도 진하고 풍미가 가득했으며, 크레마로 인해 미적으로도 훌륭했습니다. 이로 인해 라떼 아트가 등장하게 되었고, 커피 음용 문화에 또 다른 즐거움을 더했습니다.
5. 에스프레소 메뉴의 다양화
에스프레소의 높은 농도와 범용성 덕분에 다양한 커피 음료가 탄생했습니다.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섞어 에스프레소 마키아토가, 우유의 양을 늘리면 카페 라떼가, 우유 거품을 더하면 카푸치노가 되었습니다. 설탕이나 카라멜을 넣은 메뉴들도 다양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발명은 커피 역사와 문화 발전에 큰 획을 그었고, 커피 소비량 증가에도 큰 기여를 했습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에스프레소 머신은 현재까지도 많은 커피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6. 에스프레소 머신의 가격 차이
에스프레소 머신은 300만 원부터 4000만 원까지 다양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큰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일까요? 모든 에스프레소 머신이 같은 것은 아닙니다. 스페셜티 커피의 등장 이후, 에스프레소 머신도 많은 변화를 겪었으며,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 기고문에서 다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