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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이야기 : 벼못자리 만들기

김계수 귀촌귀농인
- 5분 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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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수의 농사 일기

💡
40세에 서울살이를 접고 귀농해서 24년째 닭을 치며 농사도 짓고 있습니다. 농사일의 매력을 ‘나는 달걀 배달하는 농부’라는 산문집에 담아냈습니다. 체력은 줄고, 농촌 마을은 쇠락해가고, 기후 변화로 농사가 위협받고 있지만 농사일의 재미만은 변함이 없어 몸이 허락하는데까지 매달려보려 합니다.

벼못자리 만들기

폐허가 된 듯한 동네가 갑자기 젊은 사람들의 목소리로 왁자지껄하다. 사람이 살지 않는 빈 집이 절반인데다 실 거주 인구는 아홉 뿐으로 한낮에도 사람 구경을 거의 하기 어려운 작은 동네다. 벼농사를 많이 짓는 젊은 농부가 벼 모판에 볍씨를 담는 날이다. 1년 벼농사의 시작이다.

이 작업은 30cm×60cm 크기의 모판 바닥에 상토를 깔고 다음에 볍씨를 넣고 그 위에 다시 상토를 덮은 후 물을 뿌리는 일을 기계를 사용해서 한꺼번에 하기 때문에 사람 손을 많이 필요로 한다. 그래서 벼농사를 많이 짓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공동 작업을 해야 하는 일이다.

올해도 네 농가가 뭉쳐서 젊은 일꾼 열 명이 분주히 움직인다. 이들이 짓는 논을 다 합치면 족히 5~6만 평을 될 터이다. 이렇게 만든 모판을 켜켜이 쌓고 비닐로 싸매 두면 사흘쯤 지나 움이 트게 되고 이를 못자리 바닥에 깔고 물을 주기적으로 대서 모를 키우게 된다.

벼농사는 전체 작업의 8할 이상이 기계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 작업 이후에는 벼를 수확해서 건조하고 출하할 때까지 아무리 많은 농사도 거의 혼자서 해낼 수 있다. 이렇듯 다른 사람 손을 필요로 하지 않는 벼농사임에도 이 첫 단계만은 협동 작업을 해야 한다. 기계화가 가져온 역설적인 풍경이다. 품앗이가 사라지고 작업이 모두 개별화된 농촌 마을에 거의 유일하게 남은 협업이다.

벼농사가 적어 이 일에 참여하기 어려운 농가는 수작업으로 조그맣게 못자리를 만들지만 대부분 전문 육묘장에서 기른 모판을 구입해서 농사를 짓는다. 그게 점차 대세가 되어 간다. 작업에 드는 시간이나 노력을 생각하면 사서 쓰는 것이 편하고 싸다는 계산이다. 나는 800평 농사에 쓰일 모판 80개를 혼자서 만드는 데 꼬박 4시간 동안 쪼그려 앉아 일을 해야 했다. 사람들의 ‘계산’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옛날 농부들은 씨앗으로 베개를 삼고 난리가 나서 피난을 가는 데도 씨앗은 챙겨갔다고 했다. 그렇지만 오늘날 농부들은 씨앗을 거의 잊고 산다. 농사철이 되면 전문 종자 회사들이 개발한 우수한 품종의 씨앗을 구입할 수 있고, 모종은 전문 육묘장에서 사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온전한 농사꾼이라면 자기 농사에 쓸 씨앗이나 모종은 직접 키워야 하지 않을까? 녀석들의 내력이나 특성을 알고 농사를 지을 때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테다. 또 돌발적인 사태라도 일어나 씨앗을 구입할 수 없게 된다면 농사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반쪽이 농사꾼인 내가 부끄럽다.

한겨례 신문 칼럼 필진 참여 교사출신 귀촌귀농인 김계수

🎶 에디터의 노트 : 이 글을 읽어 보니, 기계화의 발전으로 농업에서의 협동체 의미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인상적이였어요. 그리고, 요즘 농부들이 직접 씨앗을 키우는 일이 줄어들면서 농사에 대한 깊은 애정과 자부심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이 현실인 것 같아서 안타까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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