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맛이 나는 커피

스페셜티커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커피를 마실 때, 당신은 어떤 맛을 가장 먼저 느끼시나요?

쌉쌀함, 구수함, 달콤함... 그리고 혹시, 신맛도 느껴지시나요?

커피의 신맛은 종종 쓴맛과 혼동되거나, 혹은 긍정적인 맛으로 여겨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커피의 신맛은 커피의 다채로운 풍미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신맛이 나는 커피를 경험해본 적 있으신가요?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음식이 상했을 때 나는 신맛과는 다르지만, 익숙했던 커피 맛과는 분명 거리가 있죠. 하지만 저처럼 신맛이 나는 커피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면, 어느새 신맛이 없는 커피는 밋밋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흔히 '커피'라고 부르는 것은 물에 커피 성분을 녹여 마시는 음료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커피라는 단어는 커피나무(Coffee Tree), 커피열매, 생두, 원두, 그리고 우리가 마시는 커피 음료까지, 커피와 관련된 모든 것을 아우르는 용어입니다. 커피는 과일나무의 열매와 유사한 커피 열매에서 추출됩니다. 새콤달콤한 자두가 새콤한 맛을 내는 것은 유기산 성분 때문인데, 커피 열매에도 유기산이 존재하여 신맛을 만들어냅니다. 즉, 커피가 신맛을 지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가 처음 접했던 커피는 대부분 신맛이 나지 않았을까요? 그 이유는 우리나라 커피 문화의 시작점에 있습니다. 1990년대 스타벅스를 필두로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들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커피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주를 이루었던 다크 로스트 커피는 품질 관리가 쉽고 유통기한이 길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강한 로스팅 과정에서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을 내는 유기산 성분이 상당량 파괴되어 신맛보다는 쓴맛과 구운 향이 강했습니다.

미국 3대 스페셜티 커피 회사. 카운터컬처, 스텀타운커피, 인텔리젠시아커피.

1980년대 미국에서도 다크 로스트 커피가 대세였지만, 커피 원재료 본연의 맛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표방하는 작은 카페들이 등장하여 원두 품질과 개성을 중시하며, 라이트 로스트 커피를 통해 커피 본연의 신맛을 되살렸습니다. 스텀타운, 인텔리젠시아, 카운터컬처 등이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며 커피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습니다.

커피는 로스팅 단계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집니다. 라이트 로스트는 스테이크로 치면 미디엄 레어처럼 섬세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단계입니다. 덕분에 커피 본연의 신맛을 내는 유기산 성분이 보존되어, 다채롭고 풍부한 신맛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나라 커피 문화가 조금 더 늦게 시작되었다면, 우리는 처음부터 신맛이 나는 커피에 익숙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다양한 원두의 신맛을 탐험하고, 자신만의 취향을 찾아보세요. 커피의 신맛은 당신의 커피 경험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