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아껴쓰기로 기후변화에 대비할 수 없는 이유
장용창박사의 기후와 환경
전기 아껴쓰기로 기후변화에 대비할 수 없는 이유
기후변화에 대한 걱정이 무척 많습니다. 몇 년 전부터 외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이미 입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름엔 40도를 넘는 초고온 현상에, 폭우로 홍수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날씨가 평년과 달라지다보니 농산물 생산량이 급감해서, 최근엔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끔 기후변화에 대한 강의를 하러 갈 때마다 청중들에게 물어봅니다. “이런 기후변화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그러면 청중들은 대체로 이렇게 대답합니다. “전기를 아껴써야 합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심지어 대한민국 환경부도 기후변화 캠페인을 하면서 국민들에게 전기 아껴쓰기, 쓰레기 재활용 잘하기 등의 행동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행동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전기 아껴쓰기, 쓰레기 재활용 잘 하기, 모두 좋은 행동입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만 한다고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을까요?
비유를 들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서 라이터 안 가져가기, 산에서 취사 안 하기, 밭두렁 태우지 않기 등의 불조심 행동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산에 이미 불이 붙은 이후에 이런 불조심 행동을 하면 산불이 꺼질까요?
모든 사람이 체감하고 있는 것처럼, 기후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이미 시작된 기후변화를 전기 아껴쓰기 따위로 막겠다는 것은, 이미 산불이 벌어졌는데, 불조심으로 산불을 끌 수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거짓말입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거짓말입니다.
그럼 기후변화에 대비해서 뭘 해야 하냐고요? 바로 적응 대책을 찾아내고 실시해야 합니다. 이미 1990년에 전세계 정상들이 기후변화 협약을 만들 때부터, 적응 전략은 완화(=전기 아껴쓰기)와 함께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두 가지 주요한 전략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은 주구장창 전기 아껴쓰기만 외쳐대면서 기후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전혀 해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우리는 기후변화에 적응하여 살아갈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농업 피해를 막고 농업 생산량을 늘리고 농산물 가격을 안정화시킬 방법은 무엇일까요? 예를 들어, 지역 농산물 쿠폰을 지역 화폐처럼 나눠줘서 지역 농업을 살릴 수 있습니다.
여름철 자연 재난이 발생할 때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예를 들어 호우주의보 등 기상 경고가 있을 때면 학교와 직장을 가지 않도록 법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이걸 꼭 해야 한다는 말씀이 아닙니다. 이렇게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토론하고 결정해서 실천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 에디터의 노트 : 이 글을 읽어 보니, 기후 변화에 대한 일반적인 대응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이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실질적인 적응 전략을 찾아내고 실행하는 시간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