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도시 부러우면 도시계획센터부터 만들자
장용창박사의 기후와 환경
15분 도시 부러우면 도시계획센터부터 만들자
프랑스 파리가 <15분 도시>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 벌써 오래 전일입니다. <15분 도시>란 “시민들이 삶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을 얻기 위해 걸어서 15분만 이동하면 되는 도시”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매일 가는 학교, 직장들 뿐만 아니라 자주 가는 쇼핑 장소, 병원, 관공서, 문화시설 등도 모두 집에서 걸어서 15분 이내에 갈 수 있도록 도시를 설계하자는 것입니다.
<15분 도시>는 처음에 교통 부문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기획되었습니다. 걸어서 15분 이내에 웬만한 시설들이 다 있다면, 자가용도 필요없고, 심지어 대중교통조차 필요가 없게 되겠죠? 탄소 배출량을 줄이자고 캠페인을 하는 것보다, 이렇게 도시 설계를 바꿔서 탄소 배출을 할 필요 자체를 줄여버리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탄소 저감의 방법입니다.
<15분 도시>는 탄소 배출량을 저감할 뿐만 아니라, 삶의 질 자체를 높여줍니다. 서울과 수도권에선 출근하면서 1시간 반을 쓰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하루에 3시간을 길에서 보내면 하루가 얼마나 피곤하겠습니까? 그러니, 이동 거리를 줄이는 것은 삶을 풍요롭게 살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이런 좋은 방법을 우리나라에선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요? 우선 우리가 생각해볼 방법은 시민들이 도시 계획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도시의 특정 지역에 무슨 쇼핑몰이나 아파트가 들어설 때마다 땅값이 폭등하죠? 한국에서 도시계획은 땅값과 깊은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정말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도시계획의 권리를 가진 시장들은 시민을 위해서 저렇게 골치 아픈 도시계획을 체계적으로 만들기보다, 그저 싼 땅을 개발해서 땅값 올라가면 본인이 땅 투기를 해서 부당이득을 벌어먹을 생각이나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시장들이 도시계획을 재산 증식수단으로 여겨서 엉망으로 만들기 전에 시민들이 도시계획에 참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시민들이 도시계획에 참여해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일부 지자체에서 이미 시민 참여형 도시계획이라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시민 모두의 의견을 반영하는 게 너무 힘들기 때문에, 그저 두루뭉실한 계획만 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민들의 생활이나 이익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주는 사안들은 그런 작업에서 모두 제외되고, 시민 참여형 도시계획은 그저 참가에 의의를 두고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15분 도시를 만들기 위해 더 효과적인 방법은 시청이 도시계획센터라는 하나의 부서를 상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시민의 민원들 중 도시계획과 관련된 것들이 무척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민원에서 특정한 개인의 이익만을 고려하면 시민 전체의 이익이 침해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도시계획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시민들과 의사소통을 훨씬 더 잘 함으로써, 누구도 이익을 침해받지 않고, 도시를 더 멋지게 설계하려면, 시민과의 의사소통을 상시적으로 하는 도시계획센터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 상시적 도시계획센터를 운영함으로써 성공한 사례가 바로 그 유명한 브라질의 꾸리찌바입니다.
제가 제안하는 것은 파리의 15분 도시나, 꾸리찌바의 대중교통 등 그 결과를 보지 말고, 그런 결과를 만들어낸 과정에 더 관심을 두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대화하는 과정,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는 조직을 만들어야 그런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 에디터의 노트 : 글을 읽고 나니 15분도시라는 개념이 정말 매력적이고 현실적으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서울이나 수도권은 출퇴근 시간에 낭비하는 시간이 큰데 그걸 줄이면 삶이 질도 훨씬 상승 할 것 같고요. 우리나라도 상황에 맞는 조직이 만들어져서 시민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도시계획에 참여하고 활발한 의사소통이 되는 날이 오면 좋겠네요.🙌